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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3  예배를 사랑하는 Y에게 - 예배, 인생 최고의 가치를 읽고

예배를 사랑하는 Y에게 - 예배, 인생 최고의 가치를 읽고

예배를 사랑하는 Y에게.

 

사랑하는 Y야.

  섬기고 있다는 찬양팀은 요즘 어떠니? 매주 예배마다 찬양으로 섬긴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고, 게다가 이제 수련회 준비도 시작했을테니 이래저래 부담이 많겠구나. 게다가 전에 나눠준 것 처럼 함께 열심을 낼 동역자들도 적은 상태라면 네가 많이 힘들 텐데, 방학이 방학이 아니겠구나. 부디 마르다처럼 여러 일로 분주하기 보다는 주님 발 앞에 앉은 마리아처럼 가장 귀한 것 한 가지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얼마 전 교회에서 찬양인도를 덜컥 맡게 되었다고 전화를 걸었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사실 나는 난감함과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는 네 목소리에서 희망을 느꼈단다. 내가 보기에는 이미 찬양에 대해, 예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네가 그렇게 염려하고 고민하며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고 배우려는 자세가 참 좋아보였거든. 나도 아직 예배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 얕은 경험을 통해 돌아보면 예배는 관심을 갖고 배우려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비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아직 예배를 인도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고, 그러기에 예배가 무엇인가 배우려 애쓰고 있지. “아는 만큼 누리는 예배”라는 책도 있는걸 보니 그런 내 생각이 틀리진 않은 것 같아. 그러니 예배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예배를 더 잘 드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사람들을 더 잘 돕기 위해 노력하는 네게는 갈수록 더 풍성함을 누리는 예배가 허락되지 않겠니? 네 염려와 두려움은 곧 희망과 기쁨으로 바뀌게 되리라 믿는다.

  예배에 대한 배움을 이야기했지만, 특히나 너처럼 찬양을 통해 예배의 귀함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더욱 배우고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단다. 찬양이라는 것이 본래 노래로 되어 있으니 주로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는 면이 많고, 그러다보니 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쉽게 찬양에 의해 들뜨고 또 쉽게 식어버리곤 하는 것이 사실이지. 찬양으로 뜨거워지고 열린 마음들을 잘 추스르고 방향을 잡아줄 지도와 같은 가르침이 분명히 필요해. 그런 점에서 나는 찬양인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기타를 배우기 전에 책부터 펴야 한다고 생각해. 이미 찬양인도자로 잘 세워졌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전에 믿음은 지식으로 뒷받침 되고, 행함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네게 강조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라는건 이해하겠지?

   그런 점에서 네 전화를 받은 후에 내가 선물한 책 “예배 인생 최고의 가치”는 너에게 적절한 책일거라고 생각했어. 사실 나도 읽지 않고 선물했는데, 무엇보다 저자인 김기현 목사님께 대한 신뢰 때문이었단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하셨고,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계신 분인데, 그 분의 책에는 당신의 폭넓은 독서량과 정확한 분석, 그리고 깊이 있는 사색이 잘 반영되어 있거든. 뿐만 아니라 예배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는데도 굳이 내가 읽지도 않은 책을 선물한건 얇은 두께 때문이었어. 나는 모름지기 책은 잡기 쉽고 읽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시중에 나온 예배 서적들도 두꺼운 편들은 아니지만 이 믿을만한 저자가 쓴 작고 예쁜 책이 너에게 적당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지난주에 나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선택에 확신을 갖게 되었단다. 그리고 너 말고도 예배를 사랑하는 다른 많은 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기로 마음먹었단다. 앞서 말했듯이 얇고 쉽다는 점은, 그러나 가볍지 않고 명쾌하게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직접 교회 주보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책이라더니 과연 각 장들의 분량도 적당하고, 문장에도 군더더기가 없어 읽기가 아주 쉽더라. 서술할 때는 서술로, 명령할 때는 확고한 명령으로 써 주는 분명한 어조도 아주 명쾌하고 좋았어.

   그러나 책이 그저 쉽기만 하고 간결하기만 하다면 결코 좋은 책으로 권할 수는 없겠지. 나는 예배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고, 좋은 예배를 드리기 원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봐.

  첫째로는 이 책이 매우 적절한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야. 나는 이제까지 시중에 나온 예배서적을 보면서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첫째는 찬양인도자의 기술서, 혹은 찬양팀 운영 매뉴얼 같은 실용적 예배서적이고, 둘째는 예배와 찬양의 신학적 성찰과 같은 형이상학적 이론서라고 할 수 있겠지. 난 앞의 부류들에는 너무 인간적이고 기술적인 측면들을 강조하여 예배의 본질을 놓친게 아닌가 하는 불만을 느꼈고, 뒤의 부류들에는 너무 하나님 편에서만 예배를 논한 나머지 인간의 존재 방식과 이유에 대한 설명이 너무 수동적이라는 불만을 느꼈었어.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예배의 본질에 접근하면서도 인간 존재의 측면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 그 점이 내게는 매우 균형감 있고 적절하게 느껴졌어.

   아마도 그런 균형감은 예배를 “가치”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는 저자의 통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예배의 가치는 단지 절대적이고 보편적 “당위”가 아니라 철저하게 나에게 적용되고 경험되어지는 주관적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보면 저자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노래하고 즐거워하는 것, 그래서 내 삶이 가치있게 되는 것이 예배라고 정의하고 있지. 또한 자기를 희생하여 사랑의 윤리를 이루고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주님의 창조에 동참함으로서 최고의 안식을 누리고 남을 섬기는 것, 치열한 싸움을 통해 승리를 누리는 것이 예배라고 정의하고 있어. 이런 설명들은 예배의 절대적 가치와 보편적 타당성만을 이론적으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과 교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배가 우리 인간의 존재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하는 것을 잘 설명한 것이라고 생각해.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예배를 잘 드릴 때 우리 삶이 얼마나 가치 있게 되는가 하는 희망과 모범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지. 이 점이 이 책을 다른 예배 책들과 확연히 구별되게 할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주는 유용하고 독특한 통찰이 아닐까 싶어.

   둘째는 그러면서도 이 책이 실용적인 내용을 분명하게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야. 앞에서도 말했듯이 기존의의 예배 책들이 다루는 실용적 내용이라면 주로 찬양팀과 찬양인도자의 기술에 대한 것이 많은데, 이 책은 찬양예배, 열린예배 등을 다룰 뿐 아니라 가정예배나 생활예배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헌금에 대한 세밀한 설명 등도 포함되어 있단다. 그러니 단지 너 같은 찬양인도자들이나 찬양팀원들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 성도들이나 특히 초신자들에게 매우 실용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이는 아마도 목회자로서 저자의 역량이 유감없이 반영되었기 때문일꺼야.

   Y야.

  물론 이 책 한권을 읽는다고 예배를 다 알 수도 없고, 책을 읽고 난 다음 주의 예배가 더 은혜로워지는 것도 아닐꺼야. 또 책을 읽고 난 후에 네게 더 이어지는 질문들도 있을거야. 예를 들면 이 책은 개개인이 예배를 잘 드리는 것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고 있지만, 너처럼 찬양팀 전체의 성숙을 위해 고민하고, 함께 찬양하는 회중들을 어떻게 잘 예배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구체적인 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 앞으로 더 공부하기 위한 첫 걸음 혹은 워밍업 정도로 삼아야겠지. 그렇지만 나는 네가 꼭 이 책을 정독해보길 바란다. 예배에 본질에 대한 1부와 구체적 실천에 대한 2부도 꼼꼼히 읽어야 겠지만, 특히 열린예배와 찬양예배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3부는 찬양팀과 함께 꼼꼼히 읽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러면 네가 섬기는 예배와 찬양이 더욱 풍성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잔소리 하지 않아도 열심히 잘하고 있는걸 알기에 격려와 칭찬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또 잔소리가 많아졌네. 좋은 책을 읽고 나니, 괜히 나도 좋은 선배가 된 듯한 기분인가봐. 부디 네가 드리는 예배들이 너의 삶을 가장 가치있는 하나님께 바르게 드리는 예배가 되고, 또 네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게 되기를 기도한다.

 

너와 함께 드렸던 예배를 추억하며,

2009 여름, 현철

예배 인생 최고의 가치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김기현 (죠이선교회,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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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스앤조이 일거양득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쓴 글입니다. 같은 서평이 뉴스앤조이에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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