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동성애 차별 금지법에 대한 단상

동성애 차별 금지법 이야기가 주위에서 들리는 것을 보고 동성애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좀 뒤적여보며 오랜만에 제법 긴 분량의 레포트를 쓰고 있었는데 예기치 않은 손가락 부상을 만나 며칠을 쉬었다. 며칠 쉬고 보니 써놓은게 참 쓸데없기도 하고 너무 잘난척 하려 한 것 같아서 다 지워버리고 그냥 생각나는 것만 두 손가락만을 사용해 정리 해 보았다. 

1. 일단 동성애는 생각보다 덜 심각한(혹은 추악한, 솔직히는 변태적인) 사안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정적 효과 보다는 긍정적 효과도 많은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만나본적이 없지만 커밍아웃한 사람은 주위의 시선만 아니면 심리적으로 더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얼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나는 동성애자를 미워했었다"는 글을 보고 더 그런 생각을 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은 '죄'니까 그들을 계몽, 교정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 주장들은 차근차근 보면 타당성이 별로 없다.

일단 성경적으로 동성애가 죄라는 것이 명백하지 않다. 나는 사실 주석적으로 명백하게 '죄목록'을 찾는 시도는 모두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느끼는데, 누군가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나에게 그 죄목록을 줬으면 좋겠다. 나는 바로 그를 21세기 바리새인으로 부를 것이다. 성경은 우리의 잘잘못을 분별해주는 기준이 되는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무슨 법전과 판례집마냥 죄와 의의 여부를 판결해주는 책은 절대 아니다.

심지어 명백히 죄라고 하더라도 그러면 동성애 뿐 아니라 기독교는 살인, 자연파괴, 사회적 불의, 우상숭배, 부정축재의 문제에 더 심각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건 주석적으로 접근 가능하다. 주석적으로 성경에서 죄 목록을 뽑는다면 동성애는 매우 하위의 죄에 해당할 것이다. 성경에 얼마 안나오기 때문이다. 성경은 우리의 성적 취향과 프라이버시급에 해당하는 윤리적 행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짐월리스가 말하기를 동성애는 대여섯번, 가난에 대해서는 2000번 성경에 언급된다고 한다. 게임 끝 아닌가? 최근의 동성애 차별 금지법안 반대는 기독교의 공포증이거나, 괜한 세과시, 이도저도 아니면 뻘짓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3. 사실 동성애가 죄라고 말하는데는 성경적 근거보다 공포증, 혹은 혐오증이 더 작용하는 것 같다. 성추행, 폭행, 혼외정사까지 온갖 성범죄는 다 저지른 목사'들'보다 아무 잘못도 안하고 혼자서 맘 졸이는 동성애자 '한'사람 몰아 붙이는 꼴을 보면 확실회 이건 공포증이다. 솔직히 자기 안에 있는 성적 추악함 때문에 이성애적인 성범죄는 쉽게 용서가 되는 것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해서는 자기는 취향 없으니 그저 정죄만 하면 되고, 그럼으로서 자기의 성적 순결이 담보되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요즘 동성애 차별 금지법 반대자들을 보면 이 법 통과되면 목사들 다 잡혀간다고 난리 치는 사람들도 꼴불견이다. 동성애자들은 허리케인의 원흉이니 나라말아먹니 온갖 막말을 들어도 상관없고 자기들 목사는 하고 싶은대로 지껄이게 둬야 한단 말인가? 소외된 소수자 한사람에는 관심도 없고 자기 식구만 챙기려는 지극히 이기적 생각이다.

4. 동성애는 확실히 교정가능하다고 말하며, 그렇기에 죄로 정죄하고 교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보았다. 특히 과거 동성애적 취향을 교정한 사람들이 정 반대로 돌변해서 동성애자들을 정죄하고 교정 시도하는 것을 보면 참 무섭다. 단도직입적으로 장애도 선천성과 후천성, 치료가능과 불치가 있는데 동성애라고 그렇지 않을까 싶다. 요한복음 9장에서 예수님은 이 사람이 눈 먼 것이 '누구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다. 누구 죄냐를 따지지 말고 지금 이 사람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라고 하신다. 여기서 동성애 '교정'이 하나님의 영광과 관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나님의 영광은 이렇게 신묘하게 사람을 만드신 '창조주의 영광'이다. 만일 백발 양보해 동성애자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가리운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마지막 날, 새 창조의 날에 완전해 질 것이지 지금부터 당장 완전해 질 수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은 원죄와 고범죄, 즉 선천적이고 후천적인 죄로 인해 누더기가 된 상태인데 누가 우리 죄인인 사람을 향해 "너 빨리 잘못의 근원을 찾아 교정하고 깨끗해져라"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요컨대, 동성애를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 선천인지 후천인지는 모르지만 그걸 따지는건 별 영양가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 사람도 나와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그러나 조금 손상된, 그렇지만 곧 회복될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5. 이렇게 썼지만 개인적으론 동성애자를 만난다면 난 느리게나마 교정을 시도해 보려 할 것 같다. 이유는 두가지다. 
1) 변태적 성욕을 합리화하기 위해 동성애를 선택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물에도 동성애물이 있는걸 보면 분명히 이런 변태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까지 동성애에 대한 관용이 적용되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다. 
2) 다음은 지극히 단순한데, 내가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관용이니 이해니 자유니 생각해보지만, 관념을 넘어 실제로 내가 '그들'을 만난다고 생각해 보면, 많은 대화와 심지어 의견충돌이 있기 전까진 쉽게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3) 그러므로 나는 여전히 동성애 반대론자 정도 될거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중도우파 정도?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동성애가 죄라고 핏대 세우며 외치는 사람들, 동성애 차별 금지법안 통과되면 교회가 망할거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딱 질색이다. 죄를 정죄하는게 절대 상대에게 좋은게 아니라는 사실은 다 알지 않나? 게다가 교회는 이미 당신들이 다 말아 먹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