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지난주간 명동에서 “지식 수련회”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청어람, 인성모, 카이로스라는 세 단체가 주최한 하드코어 세미나 수련회 선물세트라고나 할까요? 저도 듣고 싶은 세미나가 있어서 참석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어 아쉬웠고, 덕분에 좀 더 분주해져 고달팠지만 평소 손이 잘 가지 않던 책을 뒤적이며 때로는 갸우뚱거리고, 때로는 무릎을 쳤습니다. 하루 두시간씩 꼬박꼬박 명동에 나가 공부하면서, 그리고 혼자 방에 엎드려 책을 보면서 저는 일상적이지 않은 행복을 경험했습니다.

공부가 재미있었다는 따위의 고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미나라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시간에 제가 느낀 행복은 지적 쾌감이라기 보다는 변화를 모색하는 설레임이었습니다. 톰라이트라는 패기만만한 학자는 기존의 신학자들이 공들여 쌓아온 신학 작업들을 서슴없이 비판하면서 “역사적 예수와 기독교의 기원”이라는 민감하고도 신비로운 실체를 찾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저 같은 범인이 보기엔 무모했지만, 그는 자신의 이 연구가 일련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의 설교와 묵상도 좋아했었던 저는 그의 아카데믹한 작업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무모한 진리 추구가 과연 어디에까지 가 닿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런 걸음으로 캐낸 진리 앞에서 우리 신앙은 얼마나 온전한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지, 그 설레는 기대로 저는 행복했습니다. 

또 요즘 저를 즐겁게하는 소일거리 하나는 드라마 “연애시대” 입니다. 오래된, 게다가 약간은 뻔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드라마를 이제와서 들춰보는 이유는 한가지, 주인공 은호의 아빠가 은호에게 “은호야 행복해져라!”고 응원하는 말이 제 마음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보다보니 연애시대는 참 타이밍 못맞추는, 그래서 자기의 사랑과 행복을 제때 찾지 못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더군요. 그래서 주제가 가사도 이렇습니다. “우리 지금 더 행복했을까” 짧은 저의 기억들도 돌아보며 과연 내가 언제 어떤 선택을 했더라면 내가 더 행복했을지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면 뭐합니까. 현재의 행복은 현재의 행복이니 오늘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해 질 수 있겠지요. 저는 그래서 이제 밀쳐놨던 두꺼운 책들을 꺼내 당분간 공부를 좀 열심히 하며 진리로 인한 변화를 좀 모색해보려 합니다. 또 드라마도 열심히 보며 로맨틱한 감정의 행복도 느껴보려 합니다. 지금, 당신에게 행복한 일은 무엇일까요? 한번 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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